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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주의의 은밀함

베지멀 2021. 12. 17. 09:22

짐멜(G.Simmel)은 근대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가능해지는 새로운 생활의 양식화와 관련해서 체계적인 분석을 남겼다. 그는 생활양식의 자유로운 선택을 개인화의 과정이라 봤다. 특히 그는 표현적, 문화적 요인들을 강조하고, 정체성의 확보 과정에서 집단 이기주의의 출현을 관찰하기도 했다. 앙리 르페브르의 일상성 이론에서도 일생생활에 대한 비판은 사회 전체에 대한 평가와 개념화를 통해 이뤄졌다. 그는 일상을 다루는 것은 결국 일상성(그리고 현대성)을 생산하는 사회이고, 우리가 그 안에서 사는 것은 그 사회의 성격을 규정짓는 것이라 주장했다. 따라서 각종 사회 문제 대신 일상생활에 대한 고찰이야말로 한 문제에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즉 우리의 사회를 이해하고 또 이 사회에 침투하면서 사회를 정의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용어는 1929년 오스트리아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가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60년 이후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생활양식’(lifestyle, style of life, mode of living)이나 ‘생활방식’(a way of life)등으로 혼용되고 있다.

소비주의의 은밀함은 바로 일상성과 대중성에 있다. 다시 말해 소비주의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소비주의가 환경, 생태, 그리고 자원 등 분야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면서도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소비주의의 일상성 때문이다. 즉 소비주의는 대중적인 기반과 '문화 합법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소비주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사회적 영향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학자들이 단순히 비판적인 입장에서 소비주의를 정의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마이어스(Myers)는 “소비주의는 체계적인 패션이자 사회를 조성하는 경기자”라 정의했다. 또 다른 관점으로는 소비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도 볼 수 있다. 스턴스(Stearns)는 “소비주의 사회 속의 대부분의 사람은 물질적인 소유를 삶의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이런 물질적인 소유는 대부분이 생존적인 목적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정체성을 얻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글로나우(Gronau)는 “현대소비는 쾌락의 욕망으로 일으킨 것이며 현대 소비자의 본질은 향락주의자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쾌락은 일시적이고 불안정하다. 사람들이 새롭고 신기한 트렌드를 추구하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욕망의 끝없는 확대와 재생산은 현대 소비주의의 큰 특징 이라고 할 수 있다.

황평(黄平)은 “소비주의란 그저 라이프스타일일 뿐”이라고 했다. 인간은 실질적인 욕구의 만족 외에도 끊임없이 제조하고 욕망을 충족하고자 한다. 소비 욕구의 확장은 어떻게 생성되는가? 전신(陈昕)은 소비주의 라이프스타일의 높은 소비 욕구는 기업의 이윤, 대중매체, 광고 등에 다양한 예술 방식이 맞물려 생성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현대 사회의 소비주의는 인종, 계층,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가 소비 욕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는 특징이 있다.

생활양식과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소비의 의미는 소비자의 발전과 경험에 달려 있다. 소비패턴을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만 해석하지 않고, 급변하는 사회 속 개인의 경험과 역사라는 맥락에서 바라보면 소비와 정체성의 관계는 더욱 분명해진다.

소비의 실질적 의미는 주관적인 자아 성찰이나 일상생활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소비의 의미는 개인의 경험 및 시대의 변화에 따른 주관적인, 유동적인 정체성에 따라 새롭게 구성된다. 곧 소비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 및 개체의 유동적인 배경에 따라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소비는 단순한 경제적 요인과 소비 데이터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외형적인 데이터 이상의 소비 안에 내포된 의미는 무엇일까? 기호학적 관점에서 소비를 분석하고자 할 때 필수불가결한 요인이 바로 라이프스타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라이프스타일이란 인간의 사회화 정도에 관한 독립변수라 할 수 있다. 즉 라이프스타일이란 오늘날 사람들이 소비사회의 소비 시민으로서 적응한 정도를 예측 및 분류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다.

그렇다고 라이프스타일을 단순히 사회적 지위를 유지, 향상하기 위한 도구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라이프스타일은 정체성을 확립 및 유지할 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에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소비에 관한 많은 통찰을 거쳐보면 소비주의나 소비사회에 대한 비판적 연구가 주류 학문적 경향임을 알 수 있다. 최근 현대 소비주의나 소비 트렌드에 관한 중립적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현대인의 소비 트렌드 현상의 분석에 맞물려 있고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연구는 그저 생활용품을 만들어내는 회사에 관한 연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은 단순은 소비방식의 하나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삶의 욕망과 일상생활, 정체성의 문제를 통찰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적 양식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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