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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소비생활

베지멀 2021. 11. 19. 08:27

현대 사회인들은 모두 소비자다. 소비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어떤 존재이기에 앞서 한 명의 소비자이며, 소비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곧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가 된 것이다. 불안한 현대 사회에서 소비는 우리의 욕망과 목표를 사로잡았다. 많은 인간에게 있어 이제 ‘살아가면서 무엇을 이루어내는가?’보다는 ‘무엇을 소비하는 삶을 사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무엇인가를 소비한다는 것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자원을 소모한다. 생존을 위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원 소모는 소비라는 개념으로 얼마든지 치환될 수 있다. 소비는 우리의 타고난 기질이자 천성에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소비 행위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인간의 행동방식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인류 역사는 ‘소비의 역사’라는 관점으로 통찰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자연과의 신진대사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이는 삶의 본질은 곧 노동(생산)과 이로 인한 순환(소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생산과 소비의 균형은 현대 사회로 오며 서서히 무너졌다. 오늘날 우리는 ‘게걸스러운 소비 욕구를 가지고 살아 가는 것은 물론, 하루에도 수백 번 소비와 관련된 일을 결정하며 살아갈 정도로 우리의 삶의 가장 큰 영역을 소비에게 건네주게 되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소비(消費, consumption)는 “돈이나 물질. 시간, 노력 따위를 들이거나 써서 없애는 것이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재화나 용역을 소모하는 일”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마르크스는 소비를 “개인적 소비와 생산적 소비”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원시시대의 인류를 보자. 그들은 생존을 위해 동물을 사냥했다. 이 상태를 소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들은 인간사회의 구축 및 유지를 위해 자연의 산물인 동물을 소비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소비가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뜻하고, 또한 자연적인 본성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소비하는 존재인 ‘호모 컨슈머리쿠스(Homo consumericus)’이며, 모든 인간은 선천적인 소비 욕구가 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노자는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옛것이 소비되어야 비로소 새것이 생산될 수 있는 법이다. 결국 인류사회와 문명의 발전을 이끈 가장 큰 두 원동력은 생산과 소비라는 양 날개라고 말할 수 있고 따라서 생산과 소비는 곧 인류의 자연적 본성이라 말 할 수 있다. 호모 컨슈머리쿠스라는 말처럼 인간은 소비하며 창조하고, 창조하며 소비하는 존재인 것이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인 데카르트가 남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는 과거 전통적 신학 통치 체제의 유럽 사회를 뒤흔드는 화두였다. 신에게서만 찾던 모든 사유의 근거가 인간에게로 전환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 소비사회를 은유하는 말로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데카르트의 언설을 인용한다고 해도 데카르트의 말과 같은 구조적 의미를 지니기에 과장된 말이라고 재단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신에게서 벗어나 스스로 주체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소비 욕구가 신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비사회가 이전의 사회와는 달리 더는 신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 이유는 소비사회 그 자체가 신화일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장 보드리야르(J. Baudrillard)의 말은 이러한 가설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그래서 소비란 인간 삶의 추동력이 된다. 이러한 특성은 특히 현대 사회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현대인의 소비생활은 곧 현대인의 존재 그 자체가 되기도 하고 인간의 삶은 소비생활과 동격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모든 행복과 쾌락을 소비를 통해 실현하고, 이는 나이와 성별, 국적을 막론한다. 결국, 현대인은 소비생활이라는 장(塲)에서 소비 욕구를 최대한 실현하는 것, 즉 ‘수준 높은 소비생활’의 실현이 삶의 목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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