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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나라 시대의 명리학 본문
명 왕조의 중엽에 만민영의 『삼명통회』는 표준적 모형이 완성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또한 팔자의 명리학이 형성되는 시기도 마무리되었음을 보여준다. 명 왕조의 중엽에서 신해혁명(청 왕조의 멸망)까지, 약 350년의 기간은 팔자의 명리학이 발전하는 심화의 시기에 해당한다. 악가, 서승, 만민영등이 활동한 송・명대는 고전적 모형의 마감이자 표준적 모형의 시작 시기이다. 『삼명소식부』, 『삼명지미수』, 『연해자평』, 『삼명통회』등이 표준적 모형을 따르는 저작들이다. 이러한 송・명대이후 청대의 명리학은 장남, 진소암, 심효첨, 임철조등의 학자를 배출하였고 『신봉통고』, 『적천수』, 『명리약언』, 『적천수집요』, 『자평진전』, 『적천수천미』, 『궁통보감』등의 저작들을 남겼으며 심화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명리학사에서 명리학의 기원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서중의 하나가 『이허중명서李虛中命書』 이다. 시대적으로도 명리학의 최고 서적 중의 하나로 다루어지며, 『이허중명서』의 저술자인 귀곡자(鬼谷子)는 명리학의 시원(始原)으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이허중명서』는 명리학의 시작과 초기 형태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이자 학습서로, 명리학의 연구자에게는 필독해야 할 교과서와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처음으로 연월일시의 간지를 중심으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추론하여, 명리학이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이론 구조를 가진 학문으로도 손색이 없다. 따라서 초기 형태의 명리학 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명리서이다.
『명리약언』은 청나라 초기에 진소암이 저술한 명리서로 1권 法(48편), 2권 賦(20편), 3권 論(48편), 4권 雜論 등 모두 4권으로 이루어졌다. 『명리약언』에 첫 번째로 “멍(命)을 보는 대법(大法)은 오행의 생극과 부억에 불과할 뿐이다”라고 했는데, 이 문장은 약언이 말하고자 하는 논명의 큰 뜻을 한마디로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명리약언』은 오행의 생극과 억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론에 대한 잘못을 논리 정연하게 논하고 나서 배제할 것을 단호하게 언급하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신살 등을 부정함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귀중한 명리서로 세상의 명리 이론에 획기적으로 미친 영향이나 결과는 훗날 실로 크게 나타났다. 『명리약언』이 나온 후 100년 후쯤에 심효첨이 저술한 『자평진전』의 이론이 『명리약언』에서 발전되어 나온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다시 『자평진전』이 나오고 난 몇십 년 후에 또한 『적천수천미』에 임철초의 증주가 『명리약언』과 『자평진전』의 내용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원수산은 『자평진전』이 『명리약언』을 근거로 발전시켜 저술했음을 말하지는 않았다. 자평명리학에 대한 유래는 이미 오래되었는데 당대의 이허중으로부터 전하여 오다가 송 대의 서자평이 그 진전을 얻었으며 그 후로 서대승이 그 오지를 발휘하여 널리 전파하였다. 서대승은 남송시대의 인물로서 서자평의 일주 위주의 사주논법을 계승하였으며 『자평연원』, 『연해자평』을 저술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의 항주인 전당 사람으로 생물 연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연해자평』은 오랜 기간 전승되어 오면서 필사 과정에서 첨삭되고 틀린 글자도 더러 포함되어 있으며 판본마다 내용이 다소 차이가 나는데 그 기본 골격은 『자평삼명통변연원』이며 이 『연해자평』은 과연 먼저 나온 이 책을 나중에 서대승이 그 내용을 다시 보충한 것인지 아니면 후대에 가서 다른 사람이 내용을 임의로 첨가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확인할 길이 없다. 또한 『연해자평』은 서자평의 저술이라고도 알려져 있으니 오늘날에 와서 그 진위를 가리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서대승의 서술이라고 확실하게 단정할 수 있는 책은 『자평삼명통변연원』 혹은 『자평연원』이라고 불리는 이 한 권뿐이며 그 이후로 후세에 전해 내려온 모든 자평 이론은 모두 이 책에서 발원하게 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평삼명통변연원』은 조선시대에는 서자평으로 약칭되면서 원천강과 더불어 명과학 과거시험과목에 내내 포함되어 있었다. 『연해자평』은 내용은 방대하나 난삽(難澁)하고 또한 사주를 문학화하여 표현한 부분이 많은데 비하여 서자평은 내용이 명쾌하며 간결하면서도 명리의 핵심이론을 두루 수록하고 있다. 『자평진전』의 원래 이름은 『자평수록』으로 청나라 건륭황제 4년(1739년)에 진사 급제한 심효첨(38)이 수고(手稿) 한 것을 건륭(乾隆) 41년(1776년) 호공보(胡空甫)라는 사람이 책으로 간행하고 『자평진전』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그 후 여러 판본들이 나왔는데 현재 우리들이 보고 있는 판본은 광서 21년(1895년)에 조전여(趙展如)라는 사람이 간행한 것이다. 1936년에 중화민국의 방중심(方重審)과 서락오(徐樂吾)가 조전여의 판본을 장절(章節)을 재조정하여 다시 출판하였는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보는 『자평진전』이다. 한글 번역본은 1996년에 박영창이 도서출판 달과 별에서 『자평진전평주』초판을 발행하였다. 여기에서 주목할 사항은 호공보가 부공충보관(副貢充補官)의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삼명통회』의 저자인 만민영이 1550년에 진사에 급제하였고 『자평수록』의 저자인 심효첨이 1739년 진사에 급제한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명대에는 16세기 중반부터 18세기를 오며 사대부층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자평의 명리학이 이론적으로 정립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자평진전』은『자평수록』39편의 원제에서 보듯이 원래 39편으로 되어있던 것을 후일에 서락오가 『자평진전평주』에 삽입한 2, 4, 5章의 3편 이외에도 여러 곳이 첨가되고 편집되어 총 52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참고문헌 : 양희랑, 2021, 명리학사에서 본 子平의 명리학과 中和의 방법론적 지평, 공주대학교일반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