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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사회이론은 소비를 어떻게 보았나 본문
소비는 인간의 외재적인 생존요구와 내재욕망을 내포한 행위로써 우리의 일상생활의 본질적인 부분을 이룬다. 우리는 소비에 대해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이 소비사회에 살고 있다고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하지만 소비란 개념 자체와 소비사회가 동등한 층위의 개념은 아니다. 소비사회는 소비주의를 이데올로기로 삼고 있는 사회형태다. 다시 말해서, 소비주의의 등장은 소비를 이론화한 중요한 연결점이다.
전통적으로 소비는 물자를 사용하거나 소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인류가 부족-집단 사회를 구성한 이후로는 가치창출 혹은 사회의 구성에 깊숙이 연관된 개념이 되었다. 오늘날 사회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사회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소비는 다양한 학자들의 관심 영역으로 떠올랐다.
마르크스의 관점에 의하면 소비는 그저 삶의 부산물일 뿐이고, 생산이 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생산의 영향 및 생산량과 생산 수단의 발전은 사회구조와 사회적 관계의 중요한 영향요인이다. 그는 소비를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의 선택, 구입, 사용, 유지, 보수, 처분”으로 해석했는데, 소비는 소비 그 자체보다 물질적 생산의 가치를 추출해 내는 역할로서 주목받았다.
그렇다 보니 고전사회이론에서는 소비보다는 소비의 대상이 되는 상품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상품은 시장에서 팔리고 교환하는 소비재로 간주 될 수 있다. 마르크스에게 상품은 양면적인 특성을 지닌 대상이었다. 노동자들이 행한 노동의 상징인 동시에 자본가들이 착취한 노동자들의 상징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상품은 개인을 자본주의 체계에 복속시키는 것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마르크스는 소비재가 전환되는 과정, 즉 가치교환체계(거래 시장 등)에서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을 상품화라 보았다. 이런 상품화를 통해 상품은 새로운 특성을 부여받게 되는데, 마르크스는 이러한 성질은 상품 물신성이라 불렀다. 상품 물신성을 지닌 소비재는 문화를 재생산하고 표상하고 조작하기 위한 핵심요소이다.
소비는 물질적 생산으로부터 문화적, 금융적 가치를 추출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소비를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한 구매행위라는 경계를 넘어 그 과정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영향력, 경험, 사회관계에 관한 논의로 확장해 나갈 수 있게 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소비주의이다. 소비가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와 결합되며 소비주의가 등장했다. 소비주의의 등장과 함께 소비의 사회적 의미는 생산이란 공적 영역에서 파생되기보다는 재화를 구매하고 사용하고 이미지화하는 사적 영역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르크스는 상품화의 결과와 그 확산 정도를 과소평가했지만, 소비를 사회이론 분야에 포함해 고찰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처럼 소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회변동에 있어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관점이 등장했다.
베블렌은 그의 저서 『유한계급』을 통해서 소비의 내재적, 물리적 속성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매개하는 데 적극적으로 이바지하는 상징적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특히 19세기 후반 신흥 부유층인 유한계급의 소비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과시적 소비를 비판하는 한편, 소비가 사회적인 계급과 연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베블렌은 소비가 단순히 경제적인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분을 부각하고, 그로 인해 사회적 위계를 공고히 한다는 점을 포착했다. 이는 곧 소비가 단지 시장에서의 교환과 관련된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사람들은 소비를 자신의 언어로, 즉 사회적 좌표 확립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소비는 단지 경제적 수단으로 존재하거나, 내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과 관련된 것만 아니라, 사회적 욕구와 욕망을 가로지른다.
베블렌의 이론으로 인해 사람들이 사회와 생산 수단의 관계를 알게 된 것처럼, 이제는 소비와 인간의 관계를 깨닫게 되는 시대가 왔다. 근현대 소비이론들은 생산 수단의 영향력 범위를 넘어 이제 문화와 사회에까지 그 손을 뻗고 있다. 이런 소비에 대한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은 결국 노동의 개념을 넘어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이데올로기에까지 접근하게 되며, 이것이 바로 소비주의의 탄생이다.